
어금니 충치가 깊다는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신경치료를 하고 치아 전체를 깎아 크라운을 씌워야 하는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만히 있을 때 극심한 통증(자발통)이 없고 치수(신경)의 생활력이 유지되고 있다면 신경치료를 가급적 피하는 치료를 먼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충치가 깊더라도 건강한 치질이 구조를 지탱할 만큼 남아 있고 안정적인 접착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생체모방수복(BRD) 관점에서 레진 빌드업과 부분 피개 보철(세라믹 온레이)을 통해 치아를 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면, 이미 신경 조직이 회복 불가능하게 감염되어 괴사된 상황이라면 장기적인 사용을 위해 신경치료가 적합한 선택이 됩니다. 우리사랑치과에서는 깊은 충치를 치료할 때 남길 수 있는 치아를 면밀히 살피고, 단계적인 접근으로 자연치아 보존을 시도합니다.
20대 여성 환자분께서 어금니 충치가 심한 것 같다며 저희 치과를 찾아주셨습니다. 구강 내를 살펴보면 어금니 사이에서 시작된 충치로 인해 치아 형태가 크게 무너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치아 사이에서 진행된 충치(인접면 우식)는 겉에서 볼 때보다 내부에서 훨씬 넓고 깊게 썩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엑스레이를 보면 충치가 치수(신경) 공간 바로 앞까지 깊게 진행된 상태입니다. 보통 이 정도 깊이의 충치라면 신경치료를 첫 번째 치료 계획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가만히 있을 때 욱신거리는 자발통이 없었고, 임상 검사에서도 신경이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신경치료를 무조건 진행하기보다, 감염된 부위만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건강한 신경을 살리는 보존적인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레진이나 세라믹을 이용해 치아 구조를 단단히 재건하려면, 무엇보다 접착할 부위가 타액(침)이나 혈액에 오염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술 부위를 격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방습 환경을 확보한 뒤 충치를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모든 충치를 기계적으로 한 번에 파내려다 보면 예기치 않게 치수가 노출되어 신경치료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국제 우식학회 등 최근의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깊은 충치에서 신경 노출 위험이 클 때, 생활력이 있는 치아라면 신경과 가장 가까운 부위의 우식을 일부 남기더라도 주변 변연부를 깨끗하게 확보하여 완벽히 밀폐하는 선택적 우식 제거(Selective caries removal)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1], [2]. 이 증례에서도 신경 노출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충치를 제거하고, 주변 변연부는 건전한 치질이 드러나도록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이 환자분처럼 치아 사이 충치가 심하면 결손 부위가 잇몸선 아래까지 깊게 내려가게 됩니다. 잇몸 아래에서는 정확한 본을 뜨기 어렵고 접착 과정에서 출혈과 진출액에 오염되기 쉽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eep Margin Elevation (DME)이라는 술식을 적용합니다. 잇몸 아래에 위치한 깊은 경계 부위에 밴드와 특수 웨지를 넣어 출혈을 막고 공간을 확보한 뒤, 그 부위를 접착 레진으로 먼저 쌓아 올려 전체 수복물의 경계를 잇몸 위쪽 건강한 환경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입니다 [3].

이렇게 비어 있는 치아 내부(상아질 역할)를 단단한 레진으로 채워 넣는 과정을 레진 바이오베이스(Biobase)이라고 합니다. 빈 껍질만 남은 치아에 무리하게 보철물을 씌우기보다, 내부 코어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면 남아 있는 얇은 외벽(법랑질)을 안쪽에서 지지해 파절 저항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치아의 안쪽 상아질을 레진으로 채웠다면, 이제 음식을 씹는 겉면(법랑질 역할)을 단단한 재료로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이때 무조건 치아 전체를 깎아내는 크라운을 선택하기보다, 필요한 부위만 덮는 세라믹 수복을 검토합니다.

충치가 넓어 치아의 산봉우리(교두)가 얇아진 상태에서 힘을 받으면 쪼개질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약해진 교두의 높이를 살짝 낮춰 보철물로 덮어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를 온레이 또는 오버레이라고 합니다. 크라운처럼 치아 둘레를 360도로 1.5~2mm씩 다듬어 낼 필요가 없으므로 건전한 치아 구조를 훨씬 많이 보존할 수 있습니다.


접착 과정에서도 러버댐은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정밀하게 만든 세라믹이라도 접착면이 타액에 노출되면 수명이 크게 떨어집니다. 건조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접착 매뉴얼에 따라 세라믹을 단단하게 결합시킵니다.


이러한 BRD 관점의 충치 치료는 신경을 보존하고 치아 삭제를 줄이는 큰 장점이 있지만, 완벽한 만능 치료는 아닙니다.
우선 충치가 신경에 매우 가깝게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치료 후 1~2주에서 길게는 1~2개월 동안 찬물이나 씹을 때 약간 시리고 민감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자극받은 신경이 적응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신경이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서서히 괴사되어 욱신거리는 통증이 발생하거나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부득이하게 세라믹 보철물에 작은 구멍을 내거나 보철을 제거한 뒤 전체 신경치료를 진행해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가 끝난 후에도 주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하여 엑스레이로 신경의 건강 상태와 잇몸 염증 여부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경을 보존하는 치료를 받은 후, 환자에 따라 수일에서 수주, 길게는 1~2개월까지 온도 변화에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치아 내부의 신경 조직이 자극을 받아 방어막(수복 상아질)을 형성하는 과정이므로 점차 증상이 줄어든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프다면 즉시 내원하셔야 합니다.
아닙니다. 남아 있는 겉면(법랑질)이 거의 없거나 치아가 잇몸 너무 깊은 곳까지 썩어 도저히 방습 환경을 만들 수 없는 경우, 또는 이미 치아에 심각한 크랙(균열)이 뿌리 쪽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씹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치근이 파절될 위험이 큽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신경치료와 전체 크라운 수복, 또는 발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신경과 맞닿은 가장 깊은 부위의 세균 감염층(무감각 우식 상아질)을 일부 남기더라도, 그 위를 밀폐하는 레진 접착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면 세균이 증식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이 차단됩니다. 이를 통해 우식의 진행이 정지되고 신경 조직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2].
전체 크라운은 치아를 원통형으로 깎아 모자처럼 씌우는 반면, 온레이는 필요한 부분만 덮고 접착력으로 유지됩니다. 과거에는 씹는 힘에 의해 보철물이 탈락하거나 치아가 쪼개지는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 접착 기술의 발달과 치아 내부를 보강하는 레진 빌드업을 통해 강한 결합을 유도하므로 무조건 크라운보다 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환자분의 강한 교합력이나 이갈이 습관에 따라 적합한 치료가 다를 수 있습니다.
깊은 충치를 치료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곧바로 신경을 모두 제거하고 치아 전체를 깎아 씌우는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환자분께서 본래 가지고 태어난 건강한 치아 조직은 그 어떤 인공 재료보다 훌륭합니다.
저는 눈앞에 보이는 큰 충치 구멍에 집중하기보다, 이 치아 구조 안에서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떻게 보호해야 장기적으로 치아 수명을 늘릴 수 있을지를 먼저 살핍니다. 방습을 철저히 하고 단단하게 접착하는 과정이 술자에게는 다소 까다롭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신경을 살리고 치아 삭제를 최소화할 조건이 확보된다면 이 방법이 환자분께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본 증례는 우리사랑치과에서 실제 진료한 환자의 사례입니다. 임상사진은 환자의 별도 동의를 받아 식별정보를 제거한 후 사용했으며, 전후사진은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하고 치료 결과를 왜곡하는 보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촬영 시기는 각 사진 하단에 표시했습니다.
본 증례의 결과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거나 보장되지 않으며, 치료 방법·기간·결과 및 예후는 개인의 구강·전신 상태와 유지관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 종류에 따라 통증·시림·출혈·부종·감염·잇몸 퇴축, 수복물·보철물의 파절·탈락, 재발 또는 재치료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증례별 주요 부작용과 한계는 본문에 별도로 안내합니다. (본문에 포함된 인레이/온레이 비교 모형 사진은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입니다.)